소니 α Professional 송철의 작가가 그린 북유럽의 세계

최고관리자 165

새하얀 도화지 같은 
송철의는 눈 덮인 북유럽을 새하얀 도화지로 비유했다. 풍경 사진 작가에게 설경이 새하얀 도화지라면 저작 도구는 자신의 감정을 그려가는 물감과 같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역시 스스로를 위로했던 북유럽이라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때의 감정과 편집 과정에서 든 생각을 그려 우리에게 위로라는 단어를 건넨다. 그가 이 작업에서 선택한 물감은 A7R IV다. 

사진 · 송철의 



노르웨이 센야 / 소니 A7R IV / FE 24-70mm F2.8 GM / 초점 거리 24mm / 매뉴얼 노출(F2.8, 20초) / ISO 6400  
 노르웨이 센야의 어느 산에 올라 담은 별 사진.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주황색 빛이 밤하늘과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뤄 인상적이었다.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까지 북유럽 3개국을 다녀왔다. 어떤 작업을 위한 여정이었나? 
작업을 위해 어떤 장소에 갈 때 나라나 도시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아보거나 구체적인 풍경을 기대하고 떠나는 편은 아니다. 주로 우연히 마주하는 풍경에 의미를 부여해 작업을 이어간다. 때문에 평소 내 작업 방식은 차를 렌트해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해 질 녘이 가까워지는 오후 3-4시쯤 근처 숙소를 알아보고 다음 날 다시 출발하는 여정의 연속이다. 이번 여정에서 한 가지 달랐던 부분은 국내외를 떠나 혼자 작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내 수업을 들었던 아마추어 사진가 3명과 함께 동행한 점이다. 



기존과 달리 동행의 형태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계기보다는 교육 목적이 컸다.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 오랜 시간 기다리기보다 마주한 풍경을 빠르게 촬영하는 방법을 선호하기도 하고, 이러한 방식을 말로만 설명하기보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촬영을 이어가는지 직접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한 여정이었다. 며칠 전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 앞에서 이번 여정에 참여한 아마추어 사진가 3명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나와 아마추어 사진가 모두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Road Sign in Finland / 소니 A7R IV / FE 24-70mm F2.8 GM / 초점 거리 24mm / 매뉴얼 노출(F3.5, 1/50초) / ISO 1600
 핀란드는 해안가인 노르웨이 하고는 다른 풍경이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 인접해서 그런지 몰라도 넓은 대륙의 황량함이 느껴진다. 핀란드의 대가 펜티 사말리티(Pentti Sammallahti)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풍경이다.

목적지를 북유럽 3국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8년에 영국에서 개인전을 마치고 출발 하루 전에 즉흥적으로 비행기를 끊어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다. 보름 정도 헤매며 촬영했던 기억이 강렬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뒤 이틀 후에 바로 노르웨이에 갔다. 그때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처음 만났고, 위도상 굉장히 높은 곳에 있는 트롬소라는 북쪽 지역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평소 새벽에 일어나 밤 늦게까지 하루 평균 12-13시간을 운전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차에서 내려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그때도 한국으로 따지면 부산에서 평양보다 더 먼 거리를 운전하며 달려갔고 피로가 누적된 탓에 잠깐 졸아 계곡 같은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차가 망가져 여행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이번 여정은 함께 동행한 3명에게 평소 작업 방식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에 모든 코스를 혼자 결정했다. 이번 겨울에 한국에서 유난히 눈을 보기 힘들기도 했고, 그때 사고로 담지 못했던 노르웨이 북쪽 지역의 풍경에 다시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핀란드 북부에서 시작해 북유럽 북부 지역을 돌아보는 여정을 계획했다.



북유럽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지만 세 나라는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을 것 같다. 
해안가에 있는 노르웨이는 피요르드 지형으로 지형 자체가 다양하다. 핀란드나 스웨덴이 내륙 쪽이기도 하고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와 가까워 대륙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핀란드 작가 펜티 사말리티(Pentti Sammallahti)가 담았던 광활한 풍경, 겨울의 황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반면 스웨덴은 이래서 이케아의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여행에서 주로 에어비앤비를 택하는 편인데 북부 지역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Polar Clouds in Norway / 소니 A7R IV / FE 135mm F1.8 GM / 매뉴얼 노출(F2.8, 1/500초) / ISO 100 
 북극권을 여행하다 보면 맑은 날 종종 마주하는 구름 Polar Clouds. 정확한 명칭은 Polar stratospheric cloud로 밝은 빛과 화려한 색을 띠는 점이 특징이다. 135mm 초점 거리로 산꼭대기에 눈보라와 함께 디테일하게 담은 사진이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그 장면이 어떤 이미지로 표현됐을지 궁금하다. 
노르웨이 트롬소 아래 있는 센야라 불리는 섬이다. 원래 그 바로 아래 있는 로포텐 아일랜드가 메인 촬영지였다. 그곳에서 유럽인이 사랑하는 센야를 알게 됐고 하루만 있자라고 했던 여정이 이틀이 되고 삼 일이 됐다. 이후 목적지를 포기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웠다. 센야는 800-1000mm 밖에 되지 않는 산으로 이뤄진 섬으로 등산길이나 있지 않다. 새벽에 저기까지만 가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욕심이 생기다 보니 장비를 짊어지고 무릎까지 눈이 쌓인 길을 엉금엉금 기어 정상까지 도착했다. 

태양 빛이 눈에 반사돼 생기는 무지개 ‘폴라 클라우드(Polar Clouds)’는 북극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라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풍경 사진 작업에 있어 자연 그대로를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색에 대한 표현은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다만 작가 의도라도 그 자체가 지나치게 티 나면 안 된다는 주의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이 장면을 그때의 감정을 담아 표현했다.



in Norway / 소니 A7R IV / FE 24-70mm F2.8 GM / 초점 거리 31mm / 매뉴얼 노출(F22, 10초) / ISO 100 
 호수 같이 생겼지만 피요르드의 나라답게 내륙 깊숙이 들어와있는 바다. 다른 호수들과는 달리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지 않았다. 10초 장노출로 촬영해 바다 표면을 단순화시켜 회화적 표현을 해보았다.

북유럽 하면 색이 절제된 순백의 설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 방식과 잘 안 맞지 않았나? 
오히려 그래서 더 재밌다. 편집 방향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설경도 색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촬영본이 파란 계열이 많이 가미됐다면 실제로 본 풍경과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색온도를 조절해 무채색에 가까운 설경으로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내 경우 그때 느꼈던 감정, 생각 그리고 편집 과정에서 사진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것들을 담기 위해 색과 채도, 빛을 디테일하게 조절해 전체 색감을 다시 그린다. 설경에서는 파란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파란색 자체를 녹색 혹은 보라색 어느 쪽으로 가져갈지 고민한다. 이번 작업 역시 파란색을 어떻게 끌고 갈지가 가장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기술적인 부분에 의존하지 않고 보고 느낀 그대로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점이 중요하다. 



듣고 보니 설경은 풍경 사진 작가에게 새하얀 도화지 같은 느낌이겠다. 
맞다. 평범하게 표현하려면 실제 색에 가깝게 표현하면 되지만 개인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색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든 사진이 그렇겠지만,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촬영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느꼈던 감정에 따라 설경도 전혀 다른 파랑으로 표현될 수 있다. 



Blue Hour / 소니 A7R IV / FE 35mm F1.8 / 매뉴얼 노출 (F1.8, 1/30초) / ISO 8000 
 블루 아워(Blue Hour) 때 노르웨이의 어떤 마을을 지나다 담은 사진.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고 핸드헬드로 감도를 높여서 촬영했다. 고감도가 주는 거친 느낌과 더불어 푸르스름한 배경과 집에서 흘러 나오는 주황색 불빛의 대비가 어떤 사실주의 화가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또 다른 설경 작업물이 있나? 
운전을 하다가 멀리 외떨어져 있는 바닷가 집 몇 채를 발견하고 인상적인 빛에 매료돼 촬영한 작업물이 있다. 사진을 촬영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빛 중 하나가 해가 지고 나서 남아 있는 푸른 빛, 블루 아워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배경이 파란색이 아닌 까만색으로 표현되는 시간대다. 이 짧은 순간에 앞서 말한 인상적인 빛을 가진 마을을 만났고 보자마자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색을 떠올렸다. 파랑과 노랑, 주황 빛의 대비 그리고 건물의 갈색 조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 잘 흥분하지 않는 편인데 즐겁게 촬영했던 순간이다.



이번 여정은 홀로 해왔던 작업과 환경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촬영 방식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촬영해온 방식을 보여주고 익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다만 순간을 빠르게 촬영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던 기존 방식과 시간적인 차이는 있었다. 또 혼자일 때는 차 공간이 여유가 있어 삼각대를 펼쳐놓은 채로 이동했다면 이번에는 그러지 못해 삼각대를 펼치고 접고 하는 시간 같은 이유로 일정이 조금씩 늦춰졌다. 자연스레 화질을 중시하기보다 핸드헬드 촬영으로 스냅성에 중점을 둔 촬영을 하기로 했다. 한 번은 135mm 초점 거리로 풍경을 촬영했더니 감도가 ISO 8000~10000까지 올라갔다. 혼자였다면 무조건 삼각대를 펼치고 최소 감도로 촬영했겠지만 이번에는 일정과 같이 생각할 부분이 많아 핸드헬드로 감도를 올려 기동성 있게 촬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핀란드 어느 주유소 / 소니  A7R IV / FE 35mm F1.8 / 매뉴얼 노출(F1.8, 1/20초) / ISO 16000 
 움직이는 동물을 촬영하기 위해 셔터 속도 확보가 필요했다. 강아지에 노출을 맞추려면 빛이 충분하지 않아 감도를 ISO 16000까지 올렸다. A7R IV는 고감도 입자가 네거티브 필름의 입자와 비슷하게 나오는 면이 있어 새로웠다.

ISO 8000~10000은 A7R IV의 최고 상용 감도에 가까운 수치다. 작업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현재 북유럽은 보통 오전 11시에 해가 떠서 오후 1-2시면 해가 지기 시작해 매직 아워가 2시간 정도 이어진다. 해가 떠도 지평선이 있으면 그 위에서 잠깐 해를 보여주고 바로 저버리는 식이다. 다시 백야 현상이 일어나면 긴 낮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밤이 길어 계속 고감도로 촬영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ISO 3200만 돼도 사진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노이즈가 심했다. 필름의 노이즈와는 다른 정말 노이즈처럼 보이는 표현이라 저조도에서 촬영할 때는 무조건 삼각대를 사용했다.

이번에 환경상 고감도를 사용해보면서 핀란드 어느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탄 강아지를 촬영했는데 실제로 ISO 16000까지 올리고 1/25초로 촬영한 뒤 A3 크기로 테스트 프린트를 했는데 만족스럽게 사용 가능할 정도로 노이즈가 심해 보이지 않아 놀랐다. 이렇게까지 올려 촬영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왔던 터라 기계적으로 이만큼 발전했구나, 실감했다.



실제 작업의 영역에 있어 전작 대비 차이가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이번 여정에 A7R III와 A7R IV 두 대를 챙겨갔다. 첫날 움직이는 비행기 안에서 별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 감도를 ISO 20000을 넘게 올려 1/15초 정도로 촬영했었다. 노이즈가 많이 눈에 띄는 건 물론이고 노이즈에 대한 표현력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대부분 A7R IV로 촬영했는데 노이즈 표현 자체가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했다. 소니에 문의하니 이미지 센서 자체가 달라져 전반적인 표현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노이즈처럼 보이지 않고, 디테일을 명확하게 살릴 수 있는 점은 그림 대비 사진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충분하다. 



Reindeer in Finland / 소니 A7R IV / FE 135mm F1.8 GM / 매뉴얼 노출(F1.8, 1/500초) / ISO 640
 135mm 화각으로는 순록의 얼굴만을 담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A7R IV가 가진 고화소 센서 덕분에 크롭을 해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A7R 시리즈는 높은 화소 수로 인한 화질과 디테일 묘사력이 강점인 카메라다. 이런 강점이 작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사실 약 1200만 화소짜리 A7S로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를 했을 정도로 화소 수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편이다. 대형 프린트를 생각한다면 1000만 화소대로는 무리가 있고 4000만 화소 대인 A7R III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화소 수가 올라갈수록 용량이 높아져 촬영에서나 편집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기 까다로워진다. 이러한 불편함이 있음에도 A7R IV로 작업을 한 이유는 의도에 맞는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소 35mm 혹은 55mm 초점 거리 단초점렌즈 한 대로 여행을 떠나는 편이라 순록 한 마리의 표정에 집중에서 찍는 촬영같은 경우 이 초점 거리로는 촬영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번 작업물 중 순록 사진도 원본 사진은 훨씬 넓은 프레임으로 찍었지만 크롭해서 의도를 담았다. 크롭해도 화질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실제로 확대했을 때도 문제가 없어 놀랐다. 이번 작업에서 몇몇 사진을 이렇게 만들어가지 않을까.




Senja Mountain peak at sunrise / 소니 A7R IV / FE 24-70mm F2.8 GM / 초점 거리 24mm / 매뉴얼 노출(F4.5, 15초) / ISO 200
 이른 새벽 센야의 어느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새벽에 동이 트기 시작한 순간을 담았다. 등산을 할 때 이 새벽빛을 받는 순간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평소 35mm 혹은 55mm 초점 거리 렌즈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이야 다시 여러 렌즈를 사용하지만, 7년 전 서울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사진 작업을 할 때 당시 막 출시됐던 소니 A7R과 Sonnar T* FE 35mm F2.8 ZA 조합 하나로 1년 동안 웨딩 스냅, 풍경, 건축 등 많은 작업을 했다. 특히 풍경이나 건축 사진은 다양한 화각이 필요하다. 주어진 35mm 화각 하나만으로 촬영할 때 처음에는 제약이 많았으나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면 결국 작가의 시선과 감각이 더욱 요구된다는 점을 알았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광각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고 공간을 잘라서 표현하다 보니 한 장소에서 더 다양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 공간에서 더 많은 요소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면 요즘은 그 안에서 어떤 부분을 더욱 부각시켜 보여주는 것에 대한 시각적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단초점렌즈를 주로 사용하다 보면 피사체에 대한 거리감이 구체적으로 변하는데 이건 사진가에게 매우 중요한 시선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정에 FE 135mm F1.8 GM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기존에 익숙한 화각과 달라 불편함이 있지는 않았나?
딱히 그런 부분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전에도 소니 후원으로 FE 70-200mm F2.8 GM OSS 렌즈와 재작년 <세계 테마 기행>을 한 달 정도 촬영하면서 사용한 FE 100-400mm F4.5-5.6 GM OSS 렌즈 등 다양한 화각을 가진 망원렌즈를 사용해봤기 때문에 화각을 바꿔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다.




Venus in Sweden / 소니 A7R IV / FE 135mm F1.8 GM / 매뉴얼 노출(F1.8, 5초) / ISO 6400
 화질에 구애 받지 않는 사진 스타일을 가졌음에도 뛰어난 화질에 감탄했던 FE 135mm F1.8 GM. 실제로 135mm 초점 거리로 금성을 담아 보니 확실히 태양계 밖 다른 별보다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FE 135mm F1.8 GM이 작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나?
이번에 촬영한 사진 중에 별 사이에 금성이 마치 달처럼 빛나고 있는 사진이 있다. 광각이나 표준 화각으로 담았다면 금성이 다른 별과 같이 작은 크기로 담겨 금성을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수많은 별들 중에 은하계에 있는 유일한 행성인 금성을 다른 별들과 거리적 차이를 지우고 사진에 한데 담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135mm 초점 거리와 밝은 조리개를 가진 FE 135mm F1.8 GM의 쓰임은 충분히 증명됐다. 

또 개인적으로 화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편인데 화질이 이 정도까지 완벽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물론 이 렌즈는 많은 요소를 담을 수 없고 그렇다고 100-400mm 초점 거리처럼 타이트하게 장면을 잡을 수 없어 화각적으로 애매하다고 느낄 순 있지만 화각 자체의 거리감만 제대로 익히고 난다면 미니멀리즘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렌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북유럽의 집 / 소니 A7R IV / FE 135mm F1.8 GM / 매뉴얼 노출 (F2.5, 4초) / ISO 400
 눈 쌓인 흰 배경에 대비되는 여러 색을 가진 북유럽의 집을 넓은 화각으로, 때로는 좁은 화각으로 다양하게 담았다. 눈 쌓인 흰 배경은 빛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했다. 사진가는 이 흰색 도화지에 어떤 색을 입히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사진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북유럽은 영하권으로 환경적 제약이 심한 나라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데 있어 장비적 한계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A9을 써보고 기계적 완성도가 이보다 좋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A7R IV를 써보니 그보다 기계적 완성도가 높아져 놀랐다. 초창기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눈이나 비가 오면 꺼지거나 에러가 뜨기도 하는데 A7R IV는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사진을 찍는다는행위 자체에 대해 환경적 영향이 거의 없다. 실제로 북유럽은 평균 영하 15-20°C 정도의 혹한 상황이 계속된다. 새벽부터 밤까지 촬영을 했는데도 배터리 2개 이상을 사용한 날이 없다. A7R 1대만 들고 아이슬란드로 떠났을 때 장노출 한 장을 촬영하고 배터리가 방전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마지막 질문이다. A7R IV로 담아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
겨울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추운 지역을 찾아갈 것 같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담아내지 않을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5년 전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아이슬란드, 페로제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그린란드를 다니면서 직접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느꼈다. 실제로 그린란드에서 거대한 빙하가 녹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아이슬란드의 만년설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현지인에게 들었다. 이번에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도착했을 때도 밤 온도가 영하 1°C 밖에 되지 않아서 놀라기도 했다. 보통 영하 13°C 내외다.

이곳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 앞으로 사라질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지난 6년간 제주에 살면서 난개발로 파헤쳐진 제주도의 자연을 목격하면서 드는 안타까운 마음과 비슷한 감정이기도 하다. 사진은 내게 있어 감정의 기록이며 그 기록을 최대한 아름답게 남기는 것이 사진가로서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담긴 사진들이 전시든 온라인에서든 관객들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PROFILE


송철의 작가

대학에서 플릇을 전공했던 어릴 적부터 음악만 알던 청년. 유학시절 우연히 음악이 아닌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음악 공부를 접고 귀국 후에 커머셜 포토그래퍼로 패션, 인물, 제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동시에 ‘위로’라는 주제로 음악, 미술 분야에 있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 2011 개인전 "A BEAUTIFUL SIGHT" 여성미래센터 herstory hall, 서울
· 2015 개인전 "The Sight and Scene" 도나토스, 제주
· 2016 개인전 "JEJUSUM" Menier Gallery, 런던
· 2018 Sony World Photography National Awards 우승
· 2019 개인전 "EMPTY" 대림창고 갤러리컬럼, 서울

· 인스타그램 @soundrawing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